[책 리뷰]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Title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Author	패트릭 브링리 저자(글) · 김희정, 조현주 번역
Category	에세이
Period	2024.11.05-2024.11.09
Rate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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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의 화자인 '패트릭 브링리'는 자신의 삶과 연관 지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험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나는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화자의 삶과 예술을 구분 지어 생각해 봤다.

 

 

삶,

영화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다 끝내지 않은 비디오를 누군가가 돌려줘버린 느낌이야.

 

한  명의 사람으로서 화자는 형이 죽고 난 뒤, 어딘가 망가져버린 것 같았다. 기억 속 형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었고 암 투병 중에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책 속에서 화자는 활기찬 과거와 달리 아픈 형의 모습이 우아하다고 언급했는데, 이 표현이 꽤나 기형적이면서도 배려심 있는 표현으로 느껴져 스스로 아이러니했다.
나는 형제자매가 없기 때문에 이를 잃었을 때의 상실감이 어떨지 가늠이 되질 않았는데, 아마도 화자에게 형이란 존재는 굉장히 커서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다. 그래서 힘든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강렬함을 느꼈던 미술관으로 떠났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두가 그러듯 인터넷을 뒤적이고 책을 읽지 않는 법을 배우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점점 진흙탕 속으로 가라앉았다. 오래지 않아 나는 이전까지 한 번도 되어보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게을러진 것이다.

 

과거 <뉴요커> 잡지사에 있을 때를 얘기하며 화자는 자신이 게을러졌다고 말했다. 미술관으로 도피한 이후에도 똑같았다. 안전하고 크게 힘을 들이지 않는, 더 발전할 수 없는 일을 하며 10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이런 모습이 한심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여러 경험과 예술적 사견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자유롭게 느껴져 부럽기도 했다. 오히려 이런 점이 화자에게는 마음을 추수를 수 있는 기회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어차피 이 또한 인생의 한 챕터일 뿐이니까 발전이 없어도 뭐 어떤가 싶다.

 

 

그리고 예술

책을 읽으면서 작품을 감상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그동안은 미술 작품을 보면 '어떻게라도 감상을 뱉어내야 해.'라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으며 거기서부터 작품에 대한 이해가 시작됨을 깨달았다.

 

클로드 모네, 여름의 베퇴유

 

책 속에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 중 하나는 클로드 모네의 <여름의 베퇴유>이다.
이 작품에 대해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모네의 세계에는 흔히 아는 햇빛 대신 색채만이 존재한다.
이 작은 우주의 훌륭한 조물주답게 모네는 햇빛을 나타내는 색깔들을 펼쳐두었다. 펼치고, 흩뿌리고, 엄청나게 숙달된 실력으로 끝없이 반짝이는 모습을 캔버스에 고정해 두었다.
오랫동안 보고 있어도 그림은 점차 풍성해질 뿐 결코 끝나지 않는다.

 

실제 베퇴유 풍경

 

실제 사진과 비교했을 때는 꽤나 다른 모습이다. 그림 속의 베퇴유는 뭔가 뭉개지고 흐린 듯한 전체적인 분위기는 사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호수에 비친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화자가 말한 것처럼 정말 반짝거렸다.

 

 

 

앨리스 닐, 흑인 징집병

 

두 번째 작품은 앨리스 닐의 <흑인 징집병>이다.
이 작품은 메트브루어 미술관에서 준비한 기획전인 '미완성 : 보이게 남겨진 생각들'에 전시된 작품이다. 전시의 주제는 '언제 작품이 완성되는가'라는 내용인데, 이 작품은 초상화 속 인물이 단 한 번 모델을 서고 사라지자 작가가 이 자체로 완성된 그림이라고 선언한 작품이다. 모델을 한 번 서고 사라지자 그대로 끝내버린 작가가 뭔가 웃기면서도 힙하게 느껴졌고, 얼굴과 대비되는 몸의 스케치가 하나의 작품으로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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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의 전시관을 이동하며 여러 그림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러한 점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서 마치 세계여행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미술 작품과 관련해서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작품에 연관된 이야기나 비슷한 다른 작품들에 대해 언급한 점이 새로운 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되었다.

다만, 책 속 작품에 대한 사진이 부족해서 직접 찾아봐야 한다는 점과 미술관 내부를 상상하며 따라가야 한다는 점이 책을 읽는데 여러 부담을 안겨줬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작품을 곱씹으며 다시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