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천 개의 파랑

 

 

 

Title	천 개의 파랑
Author	친선란 저자(글)
Category	소설
Period	24.09.05-24.09.05
Rate	★★★☆ (3.5)

 

 

---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고 있던 친구들로부터 보경이 너무 불쌍하다는 말을 들었다. 혹은 우리 엄마가 떠올라서일까?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보경이라는 인물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녀가 짊어진 무게, 살아남기 위해 버텨야 하는 현실이 읽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극 중에서 보경의 남편인 소방관의 이름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남편의 소방복을 구석에 놓고 잊어버린 것처럼, 먼저 떠난 남편을 마음속에서 지우려 했음을 투영한 게 아닐까 싶다. 과거에 남편을 잃었던 시간에 갇힌 채라도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지수는 참 좋은 친구였다. 처음에는 조금 재수없어 보였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속이 깊고 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재와 함께 대회에 나가 상을 받은 것도 멋있었다. 연재는 힘든 가정환경에서도 재능과 노력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특히 대회에서 질의응답 시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면 내가 변하면 된다는 것, 계단을 없앨 수 없더면 계단을 올라갈 수 있는 바퀴를 만들면 된다는 것.

 

가장 좋았던 부분은 보경이 콜리 앞에서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었다. 남편을 잃고 책임져야할 부분이 3%에서 300%로 늘어난 보경은 쉽게 자신의 힘듦을 털어놓을 수 없는 처지였다. 정확히는 먹고살기 바빠서 그런 여유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감정을 지닌 로봇, 콜리가 나타나 보경의 말동무가 되어주었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상대가 감정이 없는 로봇이기 때문일까. 오히려 인간보다 더 따뜻한 존재로 다가온 콜리는 보경이 억눌렀던 감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놓을 수 있도록 도왔다.

 

콜리 역시 보경과의 대화를 통해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어두운 과거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보경에게서 느꼈다고. 보경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낯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며 이를 확신하게 되었다. 보경이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많은 말을 해야 할까.

 

보통 로봇은 인간보다 더 차갑고 감정이 없는 존재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로봇이 더 따듯했고, 세 모녀가 더 차가웠다. 이는 AI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요소하고 생각한다. AI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일 수 있다니, 얼마나 모순적인가.

 

마지막 부분에서 은혜는 자신이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투데이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세상으로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한 그 순간을 의미하는 걸까. 어쩌면 투데이의 안락사와 관련해 자신이 남들과 다름을 인정하고, 세상과 부딪혀보겠다고 결심한 것이 진정한 자유의 의미였을지도 모른다.

 

결말이 열린 채로 끝나 아쉽기도 했지만, 깔끔한 마무리였다. 향후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결말이었다.